[기록] 2021년 회고
들어가며
2021년이 끝나고 벌써 세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던 20대도 끝이 나고, 작년에만 벌써 두 번의 퇴사를 경험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해가 바뀌고 세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 핑계 때문에 미루다가, 뒤늦게나마 작년에 세웠던 목표와 달성 치를 정리하고자 회고를 남긴다. 회고는 크게 작년에 결심하고 진행했던 일들에 대한 평가와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었는지를 정리하려고 한다.
진행했던 일들
회사에서 매일 같이 지옥 같은 업무량을 경험하고 나니 무언가 회사가 문제가 아닌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가 명백하게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처음 정리를 계획하고 노션에 이런저런 페이지를 다듬어가며 크게 내가 중점을 두고 관리하고자 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공부 계획 (스케쥴러)
- 소비 (가계부)
- 학습 내용 (노트정리)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목적은 스케줄의 의미가 가장 크고, 가계부나 개발 학습에 관한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함을 잃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게 되고 있다. 정리를 계속 진행하면서 어떤 좋은 점이 있었고, 또 왜 꾸준함을 잃었을까 기록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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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계획 했던 일을 정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할 일을 정리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과정이었다. 의욕만 있으면 얼마든지 작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켜지지 않을 지라도 대략적인 플랜을 짜는 과정 자체가 학습 의욕을 어느 정도는 고취시키고 위기감을 느껴지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정말 최악의 시기에는 계획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지만, 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삶에 있어 큰 윤활유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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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공부 계획과 비슷한 맥락으로 소비 또한 통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현대인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끊임없는 최근에는 너무 많은 소비 유혹에 노출되어 살고 있으므로, 아주 조그마한 자극에도 쉽게 소비로 이어지고는 한다. 의식주는 그렇다 쳐도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빈도가 늘어나니 적어도 내가 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관리를 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에 관해서는 극복을 하지 못했다. 왜냐면 아무리 얼마나 돈을 사용했는지 기록해도 그것이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쓰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쓰지 못하게 봉쇄하는 것 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최근에는 급여를 월급날 그냥 분산 저축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관리하고 있는데, 확실히 가계부보다 효과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너무 시간이 부족한 와중에 가계부를 작성하는 시간 자체가 만만치 않았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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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내용 정리 처음에는 방송통신대학 수업을 한 강 들으면 그날 저녁 한 강에 대한 내용을 바로 노션에 정리하고는 했다. 그런데 한 시간 수업을 들으면 한 시간 반, 혹은 두 시간씩 노트를 정리해야 했다. 원래 노트 정리라는 것이 그렇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런 과정을 거쳐야 완전히 내 것으로 학습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내용을 그렇게 철저하게 주워 담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모든 일정이 삐그덕 거리는 결과로 찾아왔다. 1분 1초까지 쥐어 짜내서 수업을 듣고 노트를 정리해야 하는데, 확실할지는 몰라도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2년 1학기를 진행하고 있는 지금, 어떻게 하면 중요한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면서 수업도 빠트리지 않고 챙길 수 있을까 고민해본 결과, 일단 수업을 쭉 듣고 더 조사하고 싶거나 한번 정리해두고 싶은 내용을 위주로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수강 과목에서 한 두 과목 정도 여유 있게 내용이 쉬운 과목으로 채우는 걸로도 부담을 줄였다. 아직까진 진행형이지만 정리할 여유도 있고 수업을 따라가는 속도도 이전 학기보다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학기가 끝난 후 해당 내용에 관해서는 한번 더 회고를 할 예정이다.
뭔가 처음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페이지만 잔뜩 늘어나니 의욕도 조금 떨어진 시기도 있었지만,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배웠기 때문에 의미 없는 시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한평생 정리와는 거리를 두고 살았기 때문에, 스스로 정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점차 꾸준히 쓰는 페이지로만 노션이 가득 차는 날이 오면 하는 바람이 있다.
블로그
개발자들의 블로그에 대한 중요성은 항상 예전부터 꾸준히 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왔다. 개발자 블로그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정말 수도 없이 많은 글들이 나오는 것만 봐도.. 하지만 주니어 개발자, 특히 기본기가 약한 비전공 주니어 개발자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얼마나 큰 벽에 부딪히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들만 알 것이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냐면, 자체적으로 생산 가능한 콘텐츠가 없다 는 점이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하려고 해도 다른 사람의 포스팅을 참고해야 하고, 교재를 참고해야 하고, 비슷한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이미 수천 개의 비슷한 내용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뭔가 포스팅을 하면 그냥 ‘베끼기’ 블로그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선뜻 포스팅을 하기가 두려워진다. 블로깅을 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개발자로서 퍼스널 브랜딩을 하기 위함인데, 내 브랜드가 결국 타인의 지식을 베껴서 붙여 넣기 한다고 생각하면 참 복잡한 심경이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온갖 포스팅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기를 수개월, 인터뷰 하나가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동욱 개발자님이야 워낙 유명한 스타 개발자분이시니 부연 설명은 하지 않더라도, 해당 영상에서 한참 감명 깊게 들었던 내용은 바로 무언가 시작하는데 너무 겁을 먹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5년, 10년을 지속해야 하는 일인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조금씩 한다면, 무언가 바뀌지 않을까. 즉 거창함보다 꾸준함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비 오는 날 저녁, 집에서 문뜩 이 인터뷰를 보고 다시 블로그를 열어볼 용기를 얻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내용을 올리고 지우고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들이 계속되니까 남길만한 글들이 생겼고 어떤 식으로 포스팅을 지속할지 자신감도 가닥이 잡히게 된 것 같다. 2022년 대략적으로 계획하는 포스팅 내용의 주된 골자들은 이렇다.
- 수업을 들으면서 생기는 궁금증을 정리해서 남기기
- 방송통신대학 특성상 CS 지식을 아주 깊은 내용까지 다루지는 않기 때문에, 만약 실무와 관련해서, 혹은 들으면서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관련 내용들을 찾아서 정리해볼 생각이다.
- 회고
- 이번 회고를 시작으로, 분기 회고까지는 너무 과한 욕심이라고 생각하고 1년에 두 번 정도 회고를 남기고자 한다. 이번에 회고를 써보면서 느낀 것인데 왜 다들 그렇게 회고를 강조하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회고는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내가 느끼고 성취하거나 하지 못한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니, 큰 부담이 없다.
- 미니 프로젝트
- 회사에서 다루고 있는 소스들에서 문제점을 찾거나 그걸 개편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니 프로젝트를 조금 남겨보고 싶다. 회사 소스를 그대로 올릴 수는 없으니 재구성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남겨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앞으로 포스팅하고 싶고, 또 이게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는 다음 회고 때 정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1일 1 커밋
블로그와 비슷한 맥락으로 최대한 1일 1 커밋을 남겨보려고 했다. 사실 1일 1 커밋을 시도한건 몇 번 있었지만, 꼭 1일 1커밋을 하면 어느정도 이걸 계속하다가 치팅에 의존하고 싶어지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커밋을 며칠 쉬게되고 반복이었다. 1일 1커밋을 남기는 이유는, 내가 회사 업무 이외에도 개인적인 흥미로 어떤 종류던 공부를 하고 있다는 발자취이고, 너무 내용에 의미를 두지말고 우선 커밋을 계속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대신 치팅에 의존하지말고 개별적인 ‘공부’를 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1일 1커밋을 의식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학습을 지속할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은 좋은 점이었다.
2021년에 회사에서 배운 것들
근무하면서 배웠던 점
- 운영에서 직접적으로 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는 코드가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 보았다.
- 테스트 코드 작성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 수동 배포의 지옥에서 CI/CD 구축의 경제성을 체감했다.
- 기획자와 개발자는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상당히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수 있다고 느꼈다.
-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이 무엇인지 체감했다.
- 내가 불행한 모든 문제가 회사에 있지는 않다. 스스로 개선할 여지가 더 많다.
회사에서 힘들었던 점들
- 회사의 다양한 기술적 이슈들에 있어 방향성을 잡아줄 시니어 개발자의 부재
- 개인 시간이 너무 없다. (야근이 너무 많다..)
-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너무 많다.
- 출퇴근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 (왕복 네 시간)
마치며
2021년은 유독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아홉수라는 말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딱 맞는 말이었다. 힘들었던 일이 많았던 만큼 성장에 욕심도 많이 생겼고, 실제로 여러 가지 시작도 많았던 한 해였다. 인생을 바꾸는 과정은 대단한 무언가보다, 그냥 작지만 꾸준함이 바꾸는 것이 아닐까 느끼게 된 한 해였고, 2022년의 회고는 조금 더 푸념보다는 보람찬 느낌들로 회고를 작성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